[동아일보] [달라도 다함께/다문화, 해외서 배운다] 일본의 ‘뉴커머’ 대책 - 게시글 상세보기
[동아일보] [달라도 다함께/다문화, 해외서 배운다] 일본의 ‘뉴커머’ 대책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 |
3989 |
등록일 |
2009/11/30 |
첨부 |
|
[2009.11.18 동아일보]
[달라도 다함께/다문화, 해외서 배운다]<9> 일본의 ‘뉴커머’ 대책
일본 메이지대 학생들이 도쿄 신주쿠에 있는 오쿠보초등학교를 찾아 선생님(왼쪽)에게 다문화 아동 교육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랜 다문화 역사를 가진 일본에서는 외국인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나이, 출신국가 등에 따른 맞춤형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도쿄=이성호 기자
이민자 자녀엔 서포터… 유학생엔 심리상담… 맞춤형 지원
미야기현 서포터 56명 활동
가정 방문-학교서 수업 도와
47개 지자체에 국제교류協
언어-가정생활 상담 등 전담
일본의 다문화 역사는 한국보다 오래 됐다. 제국주의시대 때 한국(북한 포함) 중국 등 식민지 출신 주민들, 이른바 ‘올드 커머(old comer)’가 들어온 것이 일본 다문화의 출발이다. 특히 일본 패전 이후에 한국인들이 귀국하지 않고 영주권을 얻어 잔류하면서 다문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어 1980년대 중반 경제 호황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동남아 국가를 비롯해 브라질 등 남미에서 일본계 외국인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들어온 외국인들을 ‘뉴 커머(new comer)’라고 부른다.
이처럼 다양한 외국인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일본 곳곳에서 민관 차원의 지원대책이 시행 중이다. 특히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유형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대책들을 내놓으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 학습 지원부터 심리 상담까지 다양
일본 미야기 현 도메 시는 전체 인구 8만6000여 명 가운데 40%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한국 농촌과 마찬가지로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에서 결혼을 통해 온 이주여성이 많다. 도메 시에 사는 오노 데라 씨(50)도 열여덟 살 연하의 필리핀인 부인과 살고 있다. 오노 씨는 결혼한 지 8년이 지난 요즘도 부인을 데리고 시내에 있는 일본어교실을 다닌다. 그는 “연애결혼을 했지만 문화와 관습이 다르다보니 아직 말과 글에 서투른 부분이 있다”며 “(이 때문에) 아이들까지 학교에서 차별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미야기 현의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이에 따라 미야기 현 국제교류협회는 외국인 가정을 위한 서포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56명의 서포터가 일하고 있다. 이들은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일본어를 가르친다. 아예 어린이들과 학교에 함께 등교한 뒤 나란히 앉아 수업을 도와주기도 한다.
일본 동북지방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인 도호쿠대. 센다이 시에 자리한 이 학교에는 200여 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도호쿠대는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유학생 수 제한을 없애고 일본 내 취업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로 유학생활을 포기하고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조금씩 늘고 있는 점이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도호쿠대는 유학생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나카오 유카리 유학생과장은 “유학을 포기하는 많은 학생은 학업이나 경제적 원인으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한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고 빨리 대처하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세월 따라 외국인 정책도 ‘업그레이드’
1988년 일본 가나가와 현 가와사키 시 외곽에 ‘후레아이관’이 문을 열었다. 후레아이는 서로의 옷깃이 부딪치는 모습을 표현한 의태어. 처음엔 재일 한국인을 위한 일종의 만남의 장소였다. 주로 한국이나 북한 출신의 올드 커머와 그들의 자녀를 돌보고 지원하는 공간이었다. 재일동포의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하다 2008년 별세한 재일대한기독교회 이인하 목사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들이 늘면서 후레아이관은 다국적 교류센터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현재 가와사키 시 거주 외국인은 118개국 3만2000여 명. 한국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후레아이관을 찾고 있다. 어린이 중심이던 지원사업도 학생과 장년, 노인층으로 확대됐다. 후레아이관 운영을 맡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청구사의 배중도 이사장은 “비한자권 국가에서 온 어린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에 특정 국가만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국가를 위한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아이치 현은 2007년 ‘다문화 소셜워커’ 사업을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살면서 겪는 각종 문제를 상담부터 해결까지 책임지는 일종의 ‘원스톱’ 민원처리 시스템이다. 소셜워커들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직장, 학교 등 주변 관계자들을 통해 원인을 찾고 직접 조정까지 맡는다. 이전까지는 외국인이 고민이나 민원을 호소하면 상담하고 관련 기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아이치 현은 관내 외국인이 20만 명을 넘어서자 이들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소셜워커 정책을 마련했다. 아이치 현 다문화공생추진실 가토 히로시 주사는 “현재 3명인 소셜워커를 장기적으로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그러나 예산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탄탄한 다문화 ‘하드웨어’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도쿄 신주쿠 번화가에 자리한 ‘다문화플라자’에서는 주 4일 일본어 교실이 열린다. 일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강사도 150명이 넘는다. 매주 금요일에는 일본인과 외국인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도 열린다. 신주쿠 다문화플라자를 체험하려는 대학생이나 일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신주쿠 다문화플라자와 비슷한 공간은 일본 각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77년 가나가와 현을 시작으로 현재 일본 내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우리나라의 광역단체)에 국제교류협회가 설치돼 있다. 국제교류협회는 외국인을 위한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지역사회 외국인 정책을 전담한다.
미야기 현 국제교류협회 오무라 마사에 기획사업과장은 “일본인들은 가정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을 쉽게 확인할 수 없다”며 “외국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달라도 다함께]안산시의 맞춤형 대책
유아-초등생-특별학급 등 연령에 맞춰 언어-기초학습 교육
경기 안산시는 올해부터 다문화가정 아동을 위한 다양한 교육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물댄동산다문화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의 과제물 제작을 돕고 있는 보조교사들. 사진 제공 안산시외국인주민센터
올해 7월 중순 서울대 경영대생 30여 명이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물댄동산다문화아동센터를 찾았다. 이들은 경영대 차원에서 추진하는 ‘글로벌 봉사 프로그램’의 하나로 다문화가정 아동의 학습을 돕기 위해 나섰다. 학생들은 매주 2회씩 3주에 걸쳐 미술, 요리, 체육 수업을 함께 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경제교육도 실시하고 자동차공장, 유적지도 방문했다. 봉사활동은 3주 만에 끝났지만 일부 학생은 지금도 온라인으로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고 있다.
이번 서울대 봉사프로그램은 개별 학과나 동아리가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 직접 진행해 학생과 다문화 아동 모두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서울대 경영대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할 다양한 봉사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국내의 경우 민간 차원의 다문화 지원 사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례화되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사업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이나 인력 등의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문화 정책의 초점이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맞춰져 상대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정책 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시작된 안산시 다문화 아동 교육지원사업은 새롭게 선보인 맞춤형 사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다문화 아동의 연령에 맞춰 언어와 기초학습 교육을 실시하는 것. 만 3∼5세 유아의 경우 매주 한 차례씩 방문교사가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을 방문해 한국말과 글을 가르친다. 초등학생의 경우 다문화센터에 언어교실을 설치하고 언어발달지도사를 배치해 진단과 교육을 병행한다. 외국인특별학급이 설치된 학교에 외국어가 가능한 교사를 파견해 학생들의 수업활동을 돕는 서포터 제도도 도입했다.
안산시외국인주민센터 박경혜 다문화아동담당은 “그동안 다문화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이 있었지만 보육 관련 정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었다”며 “아동 유형에 따라 적합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