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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다문화 한가족 시대] (3부) 지구촌 가족 안산 외국인 주민지원센터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 |
4458 |
등록일 |
2009/11/30 |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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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 세계일보]
[다문화 한가족 시대] (3부) 지구촌 가족 (27) 안산 외국인 주민지원센터
외국인 최다 거주… 지자체 중 첫 전담부서 신설
무료진료?통역지원?송금센터 등 연중무휴 운영
편의 제공서 문화생활?인권보호까지 다각 지원
일요일인 1일 오후 1시30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신천길 67 안산 다문화마을 특구 한 쪽에 자리 잡은 ‘안산 외국인 주민지원센터’를 찾은 몽골 출신 푸렙슈렌(33?여)씨. 그는 1층 현관 옆의 외환송금센터로 들어갔다. 주중에는 일을 하느라 바쁜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금융업무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기업은행 출장소를 찾아 외환을 송금하기 위해서다. 임금으로 받은 한국 돈을 달러로 바꿔 송금을 마친 푸렙슈렌씨는 송금센터 아래층에 꾸며진 ‘다문화 작은 도서관’을 찾아 자국어로 된 서적을 빌려봤다. 이어 이날 다문화특구 만남의 광장에 마련된 동아리 모임행사에 참여하려고 특화거리로 향했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원곡동에 살고 있다는 푸렙슈렌씨는 “가족들을 늘 볼 수 없다는 것 빼놓고는 동료와 함께 어울려 생활하며 외국인 주민지원센터에서 각종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은 본국에서의 생활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가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의 지원을 선도하는 국내 최고의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안산시는 외국인을 위한 각종 분야에서 ‘국내 처음’, ‘국내 유일’,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도시다. 각종 생활 편의 제공에서부터 문화활동과 주거환경 조성, 인권보호에 이르기까지 마치 외국인을 위해 존재하는 도시처럼 느껴질 정도다.
◇안산 외국인 주민센터 전경.
◆전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안산시가 ‘국내 외국인의 요람’으로 자리를 잡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안산시는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배후도시로서 국내 최대의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이다.
2월 말 현재 안산에 등록한 외국인 수는 3만2983명으로, 경기도에 체류 중인 26만130명의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12.8%를 차지하고 있다.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5만∼6만명에 이를 것으로 안산시는 추산하는데, 이는 안산시 전체 인구(73만8000여명)의 8%에 이르는 수치다. 국적별로는 57개국이며, 이 가운데 등록자가 300명 이상인 국가만 10개국에 이른다. 다문화가정이라 일컫는 결혼이민자 수도 4319명으로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으며, 이들의 자녀만 1018명이다.
시민 12명에 1명꼴로 외국인이 늘자 안산시는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경제활동으로 지역은 물론 국가 전체 경제에 많은 공헌을 하지만 이질감에 따른 범죄 증가 등 각종 부작용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안산시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산업단지 배후도시에서 한 단계 높은 다문화 사회 구현을 위해 ‘다문화가 공존하는 열린 국제도시 안산’을 모토로 전담부서 설치와 외국인주민센터 운영,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 제정 등에 나섰다. 안산시 외국인 지원정책의 방향은 큰 틀에서 ‘다문화 공동체 기반 조성 및 정착 지원’과 ‘거주 외국인 인권 증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안산 외국인 주민센터에서 발간하는 격월간 소식지 ‘하모니’ 제작진이 함께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공동체 기반 조성 및 정착 지원=안산시는 다문화가정이 공동체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구심점인 ‘종합지원센터’의 설립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 2005년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를 연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외국인 주민지원센터’도 개소했다. 2534㎡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828㎡ 규모의 외국인 주민지원센터는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지자체 설립?직영 주민센터다.
안산시는 이곳에 ‘외국인 무료진료센터’와 ‘이주민 통역지원센터’, ‘외국인 송금센터’, ‘다문화 작은 도서관’을 조성했다. 안산시 의사회 등 안산지역 10개 의료단체와 기관이 자원봉사하는 무료진료센터는 매주 수요일 오후 7∼9시, 2?4주 토요일 오후 2∼5시, 매주 일요일 오후 3∼5시 외국인들의 건강을 돌봐준다.
이주민 통역지원센터는 미얀마와 파키스탄, 몽골, 베트남 등 8개국 출신 상담원이 화∼금요일 오전 10∼오후 7시, 일요일은 오후 2∼7시 언어 소통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주 외국인들을 상대로 체불 임금 등의 상담을 해주고 있다. 외환송금센터는 외국인주민센터 일정 공간을 기업은행에 임대해 외국인들의 외환송금 등 금융업무를 전담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문을 여는 것은 물론이고, 평일에는 오후 8시30분까지 업무를 본다.
다문화 작은 도서관은 구하기 힘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4개국의 도서를 갖추고, 국가별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외국인들이 원하는 책을 대여하거나 열람하게 해준다. 이곳에서는 관내에서 이뤄지는 각종 외국인 관련 문화행사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안산시는 2007년 4월 안산시 거주 외국인 조례를 제정해 공포하고, 지난해 3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안산시장, 각국 대사 등이 참여해 ‘다문화도시 조성 사회협약’을 체결했다.
이 센터는 특히 거주 외국인들이 가장 열망하는 모범 외국인 근로자 및 결혼이민자 가족초청 사업과 함께 각종 다문화축제를 개최하고, 거주 외국인과 관련된 시책이나 교육프로그램, 공동체 소식, 다문화 축제 등 소식을 담은 격월간 소식지 ‘하모니’를 7개 국어로 발간, 공동체 생활의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거주 외국인 인권 보호=안산시는 이런 공동체 기반 조성 및 정착 지원 사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거주 외국인의 인권 증진이 병행돼야 한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와 경기도, 안산시 3자가 공동 참여하는 ‘외국인 인권 증진을 위한 교류협정서’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안산시 외국인 주민 인권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거주 외국인의 생존권 보장과 내국인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 인권 보호 증진을 위한 의식 함양 및 이를 위한 자문기구 설치 등이다.
안산시는 또 외국인 법률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익 법률법인이나 출입국사무소 등 유관 행정기관 업무담당자를 활용해 직장 내에서의 기본적 인권이나 임금 체불, 퇴직금, 산업재해, 출입국, 국제 결혼 문제 등에 대한 상담도 해주고 있다.
안산시는 등록 외국인만 전체 주민의 40%가 넘는 1만4600여명이 사는 원곡본동의 슬럼화를 방지하고, 거주 외국인이 생활환경 개선과 다문화의 잠재력을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 소득 증대와도 연결될 수 있도록 이 지역을 ‘다문화체험 특구’로 지정했다.
안산=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다문화 한가족 시대] 박주원 안산시장
“거주 외국인 문화와 융합땐 여러 재료 섞인 비빔밥처럼"
"‘맛있는 신문화’가 탄생될 것"
“한국의 비빔밥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조화로운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거주 외국인들의 문화와 한국 문화가 융합되면 세계인이 놀랄 ‘맛있는 새문화’가 탄생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박주원 경기 안산시장(사진)은 3일 4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의 외국인 주민지원센터를 건립해 운영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박 시장은 “국내 외국인센터의 운영 형태는 ‘한국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처럼 국가나 지방정부가 설립한 뒤 민간이나 NGO에 위탁하는 것이 전부”라면서 “이는 외국인을 다룰 만한 ‘노하우’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어서 지방정부가 직접 ‘다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외국인 주민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런 결정에는 취임 후 만난 직원들의 혼란스러운 모습도 한몫을 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이들로 인해 향후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 또한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직원들은 선뜻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다.
직원들의 이 같은 의중을 간파한 박 시장은 안산을 ‘다문화가 공존하는 열린 국제도시 안산’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한 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이어 현 외국인 주민센터의 건립과 운영 계획을 마련한 뒤 이를 뒷받침해 ‘다문화’를 꽃피울 적임자를 찾아 나서 정부 부처에서 일하던 현 외국인 주민센터장을 만나 영입했다.
그는 거주 외국인에 대한 시책을 마련한 뒤 정착을 위한 행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판단에 21개국 출신 100여명을 모니터로 위촉해 통역 도우미에 나서도록 했다. 이어 한글을 배우고 싶어도 교대근무와 잦은 잔업으로 인해 시간을 내지 못하는 거주 외국인을 직접 찾아가 한글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반응이 놀랄 정도로 좋았다.
이에 힘을 얻은 박 시장은 외국인 주민센터를 통해 거주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져야 할 생활과 직장 예절, 무료 의료기관 이용, 외환 송금방법 등이 적힌 수첩형 생활안내책자를 발간했다. 또 거주 외국인과 관련된 시책과 교육프로그램, 공동체 소식, 각종 다문화 축제를 담은 소식지 ‘하모니’를 7개국 언어로 제작해 격월로 배포했다.
박 시장은 거주 외국인이 밀집한 원곡동 일대를 ‘다문화 특구’로 지정하고, ‘외국인 인권조례’를 제정해 ‘법무부의 역할’까지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 시장은 “체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중앙정부의 외국인 정책을 효율적인 거주지 관리로 전환한다면 세계가 놀라는 선진 다문화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