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가족이 보듬어주니… 문화의 벽 · 가난도 문제 안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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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조회 | 3548 | 등록일 | 2010/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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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살리자-② 모범 다문화가정, 그 비결은]
“가족이 보듬어주니… 문화의 벽?가난도 문제 안돼”
2006년 필리핀에서 경북 의성군 안계면 교촌리 농가로 시집온 나네테라 구이안랍(25)씨는 가정의 소중함을 아는 가슴이 따뜻한 주부다. 그녀의 가족은 남편 우동백(45)씨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영덕(중3), 상민(초3)군 등 4명.
그녀의 한국생활은 2년차 때부터 시련이 들이닥쳤다. 3000평 규모의 사과와 벼농사를 짓던 남편이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으면서 술까지 입에 대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 그녀는 남편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면서 쾌유를 위해 노력했지만 ‘사람 착한’ 남편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농사도 큰 시련이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고추를 수확하다가 실신하는가 하면 사과나무에 열매를 많이 남겨두면 수확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 적과를 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인데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집안 제사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녹록지 않아도 그녀는 늘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 그녀를 지탱시킨 것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그녀가 괴로워할 때마다 남편은 늘 곁을 지키고 문화의 차이를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아이들도 모두 착하게 자라고 학교성적도 뛰어나다. 특히 영어를 잘하는 맏아들 영덕군은 부부의 큰 자랑이다.
아직 남편이 쾌유되지 못했고 여전히 가난하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 3일부터는 의성 안계노인복지관에서 일주일에 한 차례씩 어르신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녀는 “언어와 문화 장벽은 중요치 않다. 가족이 소중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 ‘종갓집 맏며느리’답다는 이야기를 반드시 듣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여성 최유나(27)씨와 결혼해 일곱 살 아들 재우를 두고 있는 대구 봉덕동 최근철(45)씨는 아내가 그저 고맙기만 하다. 착하고 야무진데다 시어른들까지 극진하게 보살피는 아내를 보면 자신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18살이라는 나이차와 그보다 더 큰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행복을 일궈가는 최씨 가정은 보기 드문 다문화 대가족이다.
결혼 초기만 해도 유나씨에게 한국은 한류 드라마에서 봤던 ‘젖과 꿀이 흐르는 나라’가 아니었다. 38평짜리 주택에서 시부모와 함께 신혼살림을 시작했지만 이웃은 물론 가족과도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들어간 뒤 가정통신문이 날아올 때마다 회신란을 채우지 못해 숱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친정과는 전혀 다른 명절풍속을 익히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특히 손님을 수없이 치르는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글을 터득해야만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확신을 한 유나씨는 가족이 모두 잠든 한밤중에 몰래 일어나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의지를 불태운 끝에 한글을 깨우쳤다. 2년 전부터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나가 한국어교실 고급반 과정까지 일사천리에 마쳤고 컴퓨터까지 배웠다. 우리말과 생활풍습, 동네지리까지 익힌 그녀는 대구?경북 다문화가족신문인 ‘무지개신문’ 명예기자로 취직해 다문화가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남편 수입이 일정치 않아 늘 빈궁한 살림도 가족의 행복에 걸림돌이었다. 그녀는 거리가 멀지만 값이 싼 시장을 찾았다. 희망근로를 나가 반찬값을 벌어 가사에 보탰다.
이런 그녀 뒤에는 가족이 있었다. 남편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교육이나 가족통합프로그램에 만사를 제치고 함께 참석했다. 시부모도 따뜻하게 감싸줘 유나씨는 귀국을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재산 김상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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