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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STX그룹..“한국말 서툰 엄마 걱정 마세요...`책 친구` 가 동화책 읽어줘요”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 |
3747 |
등록일 |
2010/01/25 |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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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5 한국경제]
[한경과 함께하는 1기업1나눔]
STX그룹‥"한국말 서툰 엄마 걱정 마세요…`책 친구` 가 동화책 읽어줘요"
다문화 어린이 도서관 '모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다문화도서관 ‘모두’에서 어린이들이 인형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나를 건드린 대가다. 하하하."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다문화 어린이 도서관 '모두'.인형극 무대 위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여우가 다시 나타나 나그네들을 골탕먹이자 피부색이 제각기 다른 어린이 30여명이 탄성을 내질렀다. 대사가 일본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나오는 덕분에 아이들은 큰 어려움 없이 인형극을 즐겼다.
이 인형극은 '모두'가 매주 목요일에 도서관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선보이는 '엄마나라 동화여행' 프로그램 중 하나다. 중국,일본,필리핀,이란,몽골,인도네시아,베트남,방글라데시 등 8개국에서 온 주부들이 자국 동화를 인형극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자국어와 한국어로 보여준다.
이날은 스기모토 가요씨(37) 등 3명의 일본인 주부들이 일본 전래동화인 '여우와 나그네'를 인형극으로 각색해 선보였다. 스기모토씨는 "나그네들이 길가에 쓰러져 있던 여우를 괴롭혔다가 밤에 여우가 만들어낸 환상에 홀려 골탕을 먹는다는 내용이 재미있어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아이들이 생소한 다른 나라의 말과 전래동화를 두루 접할 수 있어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어린이의 놀이터
다문화 어린이 도서관 '모두'는 STX그룹과 푸른시민연대가 2008년 9월에 설립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해 온 푸른시민연대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서관 설립을 제안했다. 이에 공감한 STX가 후원하면서 탄생했다.
문종석 도서관장은 "아이들 사이에서는 국적,인종의 구별이 중요하지 않은데 단지 서로 소통할 기회가 적어 '오해'가 생기고 '차별'이 생긴다"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과 지역 주민 자녀들이 한 공간에서 어울릴 수 있는 방안으로 도서관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두'는 현재 서울 이문동과 경상남도 창원시 팔용동 두 곳에 있다. 동대문관은 165㎡(50평) 규모로 네팔,러시아,이란,방글라데시 등 총 11개국 언어로 된 1만 여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창원관은 열람실 1개와 유아실,프로그램실,이동식 무대 등의 시설을 갖췄다.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 7개국 언어로 된 6000여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STX는 현금 지원 외에도 세계 각국의 아동용 도서를 해외 현지지사를 통해 구입,도서관에 기증하고 있다. 직원들도 수시로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모두'를 전방위로 후원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한복을 입힌 뒤 김치를 담그게 하는 식의 일회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에 발맞춰 사회적 역할을 다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도서관
'모두'는 정숙을 강조하는 일반 도서관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에서는 '놀이방'처럼 온돌방에서 아이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는다. 소리내어 책을 읽는 아이부터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 먹는 아이들까지 자연스럽고 안락한 분위기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은 도서관 한편에 있는 주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모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원봉사자가 동화를 한국말로 읽어 주는 '나만의 책 친구' 프로그램이다. 한국 말이 서툰 다문화 가정 어머니를 대신해 동화책을 읽어 줘 아이들의 언어능력 발달을 돕는다.
외국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진행하는 인형극인 '엄마나라 동화여행',매달 한 나라를 지정해 해당국의 문화를 배우는 '다국의 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인과 이란인 부모를 둔 로구치 사라양(12)은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많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많아 학교를 마치고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방문객 수는 하루 평균 100명을 넘는다. 도서를 대출해 가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200명 정도가 매일 이용한다. 8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민 온 아로나씨(35)는 "사교육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아이들도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지만,엄마들도 지역 주민 및 각국의 엄마들과 교류할 수 있어 인간관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전국으로 확대 예정
'모두'는 궁극적으로 '도시 공동체'를 지향한다. 다문화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사랑방'을 추구한다. 실제로 '모두'의 이용자 중 60%가 지역 주민이다. 도서관 설립 취지에 공감해 소액을 후원하는 지역 주민도 300명에 이른다. 최근엔 지역 주민들이 1년 동안 100권의 책을 함께 읽는 '백권가약'이라는 자체 모임까지 만들었다.
STX는 '모두' 동대문관과 창원관이 성공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모두'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오는 3월 부산을 시작으로 올해 안산,구미 등 3곳에 도서관을 지을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문화 어린이 도서관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더 많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심성미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