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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국격을 높이자>다문화사회...다문화가정 아동교육, 자립능력에 초점 둬야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 |
3521 |
등록일 |
2010/08/30 |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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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8.17 헤럴드경제]
아빠를 따라 한국에 온 나니아(방글라데시ㆍ7세)는 하루종일 컨테이너 집에서 지낸다. 아빠가 불법체류자여서 마음대로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없고, 돈이 없어 학원에 갈 수도 없다. 나니아는 밤늦게 돌아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매일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 학교에 다니는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은 왕따를 당하거나, 정부가 부모를 체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곤 한다.
한국사회가 주민등록 인구의 2.2%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변모하는 가운데, 다문화 가정의 교육 소외 문제가 또다른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다문화 정책의 주요 대상이 결혼 이주여성이다보니 미등록 노동자와 자녀들의 적응, 학교에 가지 못하고 방치되는 아이들의 문제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을 한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끌어들여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정착시키느냐 여부가 향후 국격 향상의 열쇠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학교 가면 놀림감”=2008년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다문화 가정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 2만4867명 중 정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1만8769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4.5%, 즉 4명 중 1명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연령층인 만7~12세의 아동의 15.4% 및 중학생 39.7%, 고등학생 69.7%가 학교에 다니지 못해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중도탈락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격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결혼 이주 외국인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 다문화 가정 및 그 자녀들을 당당한 한국사회 일원으로 포용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8년말 국회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어린이 초청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천진한 표정으로 캐럴송을 부르는 모습.<헤럴드경제 DB>
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문화 가정 아동들은 한국어 습득 능력 저하로 인한 학습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엄마로부터 언어를 배우는데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외모 차이 등으로 또래 아이들로부터 소외되고, 빈곤과 부모의 이혼 등으로 방치돼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자하는 원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종복 한국다문화가족학회장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 4만4천여명 중 92%가 만 12세 이하인데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면 사회의 주류가 된다”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이웃과 친구로 받아들이려면 우리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다문화 가정 문제를 보호 및 사회 복지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활능력을 키워주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 교육, ‘자립 능력’에 초점=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설립하고 ▲초등ㆍ미취학 아동 ‘이중언어교실’ 확대 ▲누리-세종학당을 통한 한국어 원격 교육서비스 제공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 거주와 직업훈련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사회경제적 자립 역량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 아동들의 이중언어 능력을 개발ㆍ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 한국어 사용만을 강요받아 모국어를 점차 잊어버리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모국어 학습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초등 및 미취학 아동을 위한 이중언어교실을 미련하고, 고학력 다문화 가족 학부모들을 이중언어 교수 요원으로 양성한다.
이외에도 결혼이민자 통번역 전문인력을 확대, 유아교육 양성, 다문화교육 거점학교 지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지원 시설 및 인력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다문화 교육 문제 대책 마련에 있어 민간단체가 정부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 다문화학교는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부문이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격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결혼 이주 외국인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 다문화 가정 및 그 자녀들을 당당한 한국사회 일원으로 포용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5월 서울 성북구청이 마련한 다문화 음식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각국 전통의상을 입고 퍼레이드를 벌이는 모습.<헤럴드경제 DB>
일부 단체들은 다문화학교를 설립, 정식학교로 인가를 받는 단계에 올라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다문화학교들은 영어와 모국어, 한국어 등 3~4개 국어를 지도하고 있어 호응이 높다.
다문화 교육기관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광주 새날학교는 공립형 대안학교로 교육청 인가를 받아 운영될 예정이다. 2007년 광주 평동공단 외국인근로자 문화센터에서 학생 3명, 사무실 2칸으로 출발한 이 학교는 그동안 개인 및 기업 후원을 통해 근근히 살림을 꾸려왔다. 현재 학생 85명, 전임교사 및 자원봉사자 40여명으로 확대됐다. 정식 학교로 인가되면 학생들은 정식 학력을 인정받게 되고, 학교도 예산부족에 따른 운영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다문화가정 대안초등학교인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도 정규학교 인가를 받기 위해 교육청에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2006년 문을 연 아시아공동체학교는 2008년 인가신청을 했지만 시설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반려된 바 있다.
내년 3월에는 국제다문화학교가 경기도 곤지암에서 문을 연다. 수용 규모는 어린이집은 30~40명, 초등학교는 120~150명 선이다. 이에 앞선 올 가을 30~40명만으로 예비학교를 연다. 이 학교 역시 다문화교육 전문 대안학교 인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 지구촌사랑나눔의 김해성 대표, 김성이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신상진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15명이 설립 추진위원을 맡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heraldm.com>